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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엿보이는 부모따돌림의 흔적.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장안의 화제다. 수위 높은 폭력장면으로 불편감을 준다는 비평이 따르기도 하지만, 영국드라마 '닥터 포스트'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이전의 불륜극과는 구별되는 여러가지 특징을 보여주는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배신을 당한 부인(김희애)에 이입되어 드라마를 보고 있다면 남편뿐 아니라 아들(준영)이 보여주는 태도와 반발에 적잖이 놀라게 될 것이다. 배신과 이혼, 이어지는 고갈등(high conflict) 속에서 부부 간의 애증 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부분은 여타의 드라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이혼을 목전에 둔 엄마는 아들의 양육권을 뺏길 것 같아 불안해 진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동안 아들을 양육해 온 것은 남편이었고 아들은 아버지를 좋아하고 따르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배신 당하고 아들마저 잃을 수 없던 그녀는 학교에 있던 아들을 데리고 나와 아버지의 실체를 알리고 자기 편에 서 줄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아들은 단호히 거절한다. "아빠가 다른 여자 만난 거. 그래서 뭐? 그게 뭐 어쨋는데! 아빠는 엄마를 배신한 거지, 나를 배신한 건 아냐!" 아들은 부모의 이혼이 싫고, 자신의 행복을 지키고 싶어서 아빠의 불륜 장면이 담긴 usb를 버리고 모른 척 지내왔었다. 엄마는 아이의 마음이 자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거나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역량도 의지도 없다. 아들이 자신을 밀어내려 하자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빠가 너도 버렸다고 아이를 압박하며 충성갈등(royalty conflict)를 유도한다. "그 여자, 아이가 생겼어, 아빠는 우리 필요없어" "너 아빠한테 가면 엄마 죽어!" 이어지는 장면에서 그녀는 남편의 폭력을 유도하고 아이가 목격하게 함으로써, 이혼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작전을 성공시킨다. 그녀의 작전이 성공했으니 통쾌해야 할텐데,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은 섬뜩함과 불편감을 느꼈을 것 같다. 이혼이 원래 그렇게 끔찍한 거라고 둘러대기에는 밑바닥 감정과 증오와 술수로 점철된 장면들, 그 상황에 노출된 아이의 모습은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엄마가 자기를 지키려다 아빠한테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진 모습을 본 아이가 품게 될 죄책감을 그녀는 생각이나 해 봤을까? 자신에게 상실과 좌절을 준 배우자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자녀를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고 압박하는 행위인 부모따돌림은 이렇게 시작된다. 의식적, 무의식적 차원에서 이렇게 싹이 튼다. 2년만에 돌아온 아빠의 집에 준영이가 엄마 몰래 찾아갔을 때도, 정신과의사를 통해 아이가 아빠를 그리워했을 수도 있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녀는 아이의 마음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있다. " 무슨 소리에요, 준영이는 아빠를 증오하고 있다구요" 좋아하며 따르던 아빠를 잃어버린 아이의 상실감, 그리움에는 관심조차 없다. 아이는 복수의 도구, 자신의 욕구를 동일시해야 하는 존재이므로. 그러나, 다행히도(!) 준영이는 엄마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의존적이고 약한 아이는 아닌 것 같다. 2년만에 돌아온 아빠는 자신의 욕망과 복수에 눈이 어두워 준영이의 마음을 진심으로 돌볼 위인이 아니다. 준영이는 일탈로 분노를 분출하는 청소년이 되어 있다. 물건파손, 도벽, 거짓말 등의 비행행동은 사랑의 '박탈'에 대한 리액션이다. 앞으로 이어질 준영이의 일탈과 비행은 부모의 이혼과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상실과 좌절, 부모의 자기애적 태도가 어떤 결과로 귀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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