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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를 통해서 본 이혼가정 자녀양육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후반부는 부모들(엄마, 아빠, 새엄마) 사이에서 혼란과 분노에 휩싸인 준영이의 세계를 중심으로 사랑과 미움, 배신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드라마의 축이 부부의 이야기에서 아이의 이야기로 옮겨 오면서 이혼가정이나 재혼가정 자녀들이 어떤 환경을 겪으며 살고 있는 지에 대해 마음이 쓰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이혼을 하면 부부로서의 관계는 끝이 난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로서의 역할은 지속된다. 아이들에게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of child)은 부모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확인하고 경험하며 성장하는 것 이므로, 아이와 함께 사는 부모(양육부모)와 아이와 떨어져 있는 부모(비양육부모)는 양육에 협력하는 관계로 재편되어야 한다. 비양육부모는 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제공하고, 양육부모는 비양육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인 면접교섭에 협조하여 아이가 안정되게 양쪽 부모와 관계를 유지하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런 협력관계가 굳건할수록 아이들은 이혼 후의 삶에 잘 적응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아이의 부모로서의 역할과 권한을 서로 존중해 주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부모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바로 세워져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려 한다.

  1.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부모들은 이혼, 재혼을 겪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의논과 합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더 나쁜 것은 아이가 원한다는 명목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예고없이 아이를 데리고 가버리는 것이다.

드라마 12화에서 준영이의 삶에 다시한번 급반전이 일어난다. 준영이의 일탈이 정리되고 가족의 평온을 찾은 듯 했지만, 거짓평화의 긴장은 사소한 오해로 폭발하고 만다. 준영이를 품으려는 새엄마의 결단은 결혼의 위기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기 때문에 틈새를 파고드는 의심과 불안에 히스테릭한 반응이 분출한다. 상황을 수습하기는 커녕 졸렬하게 아이를 탓하고 손찌검을 휘두른 아빠의 모습에 놀라고 서러운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데려가 달라고 읍소한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아이를 불러내고 '다시는 이런 몹쓸 곳에 아이를 두지 않겠다는 듯이' 데려가 버린다.


​흔들리고 불안한 결혼생활을 지켜내기 위해 아이의 혼란을 이용한 새엄마의 작전은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마음 속에 아이에 대한 연민을 품은 고뇌들도 엿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지탱해 주지 않는 타인은 그녀의 삶에서 의미가 없었다. "내가 어디까지 참아주어야 하니?"라는 대사가 준영이를 향해 몇번씩 되풀이 된 것은 바닥이 금방 드러나고마는 조건적 사랑의 모습이다.




2. 아이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어떤 인상을 받을까?


이혼과정에서 자식을 차지하기 위해 아이를 압박하고 남편의 폭력을 유도한 엄마, 이혼의 굴욕을 만회하고 힘있는 외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고 치졸한 복수극를 도모한 아빠, 결혼의 위기를 막기 위해 전남편의 아이를 활용한 새엄마, 뺏긴 아이를 다시 찾을 기회에 흥분한 엄마.


​준영이는 결혼과 불륜, 이혼과 재혼, 파경의 롤로코스터에서 내려올 수도 없이 극심한 현기증을 겪는다.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아무 탈없이 공부 잘하고 말 잘듣기를 바라는 것은아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자기 상처와 욕망에 눈이 어두워 아이는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메꿔주고 이혼전쟁의 승리를 상징하는 전리품처럼 되어 버린다. 아이는 이혼-재혼 가정의 반목과 갈등을 견디며 억압하다 자신을 분열(splitting)시키고 비하하며 심한 우울로 빠져들거나, 분노와 일탈로 행동화(acting out)로 반응한다. 이렇게 되지 않고서 어떻게 멀쩡하게 버틸 수 있겠는가!


3. 부모 각각의 책임과 권한을 존중하며 지속적으로 의논하고 협조하고 인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이혼하지 않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아이의 읍소를 듣고 달려가는 엄마의 심정은 너무도 이해된다. 버려짐의 고통에서 겨우 벗어난 주인공의 심정이 더해져 그 절절함에 누구나 공감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간 격었을 아이의 혼란을 염두에 두었다면, 적어도 그런 신중함이 있는 엄마라면, 아이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남편과 상의하고 아이를 데려가는 것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자신을 위해 부모들이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 멋대로 굴며 어른들을 흔들고 자신에게 주목하게 만들려는 충동을 잠재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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